가을이 오면 매년 반복되는 나만의 작은 의식이 있다.
바로 학교 은행나무에서 굵은 은행 알을 주워오는 일이다.
우리 집 근처 오래된 대학 교정에는 수령이 상당한 은행나무가 여러 그루 서 있다.
덕분에 열매 크기도 크고 양도 많아 바닥에 노랗게 쌓여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도로가에 떨어진 은행은 환경오염을 걱정해야 하지만, 학교 안쪽은 상대적으로 걱정이 덜해 마음이 놓인다.
떨어진 은행을 주워오는 일이 정확히 어떤 규정에 속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아무도 가져가지 않아 늘 그대로 쌓여 있고, 어제도 언니와 함께 반나절을 주워 큰 자루 하나를 가득 채웠다.
올해도 가을의 작은 보물을 챙겨온 셈이다.

1️⃣ 수확부터 보관까지: 은행 손질의 핵심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은행 손질이 시작된다.
먼저 겉껍질을 으깨어 제거한 뒤, 안쪽의 단단한 열매만 깨끗하게 씻어낸다.
겉껍질 특유의 냄새가 강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다.
껍질만 벗겨내고 난 은행 알은 하루나 이틀 정도 바람이 잘 드는 곳에 펼쳐두면 금방 마른다.
이렇게 말려두면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는 쫀득한 가을 간식이 된다.

2️⃣ 가장 맛있게 먹는 법: 우유팩 전자레인지 레시피
말린 은행을 가장 간단하고 맛있게 먹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
바로 우유팩 전자레인지 조리법이다.
200ml 우유팩을 깨끗하게 씻어 말려두었다가, 먹을 만큼의 은행을 넣고 입구를 접어 봉한다.
전자레인지에 넣어 1~2분 정도 돌리면 어느 순간 ‘타닥타닥’ 껍질 터지는 소리가 난다.
소리가 잦아들면 은행이 다 익었다는 신호이다.
꺼내보면 껍질은 자연스럽게 벌어져 있고 속 알맹이는 쫀득하고 고소하게 익어 있다.
이 방법은 번거로운 조리 과정 없이 은행 본연의 맛을 가장 깔끔하게 즐길 수 있어 늘 활용하고 있다.
3️⃣ 맛과 건강 사이에서의 작은 고민
이렇게 맛있는 은행이지만,
은행에는 과다 섭취 시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성분이 있어 한 번에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몸에 좋은 면도 있지만, 하루 적정 섭취량을 지키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열 알 정도만 먹으라고들 하지만, 솔직히 고소하고 쫀득한 맛을 생각하면 그만두기 아쉬울 때가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즐기려고 스스로 조절하는 중이다.
가을마다 은행을 기다리는 이유는 결국 이 맛 때문이다.
올해도 주워온 은행 덕분에 한동안 작은 행복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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