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마당에서 캐 온 고추 세 포기를 큰 스티로폼 박스에 옮겨 심어 베란다 최안쪽에서 두고 살려보기로 했다. 거실까지 들여놓을 수 없는 환경이라 보온은 비닐과 모포에 의존하고, 낮엔 환기·밤엔 덮개로 온도 변화를 줄이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번 글은 겨울 베란다에서 고추가 실제로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떻게 월동하는지, 진딧물 대응까지 모두 기록해 본다.
마당에서 캐 온 고추모종, 베란다에서 다시 키워보기로 했다
가을에 고추밭을 정리하면서
유난히 튼튼해 보이는 세 포기를 캐서 실내로 들여왔다.
뿌리 힘도 남아 있고 줄기도 굵어서
그대로 버려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밖에서 굴러다니던 큰 스티로폼 박스가 있어서
흙만 털어내고 바로 그 안에 세 포기를 옮겨 심었다.
겉보기엔 좀 더럽지만, 스티로폼이 겨울 보온에는 정말 효율적이라
“이왕 이렇게 된 거, 베란다에서 과연 겨울을 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잡아주었다.
고추는 원래 다년생이라 겨울만 넘기면 나무처럼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추가 흔히 1년만 키우고 끝나는 작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나라에서는 몇 년씩 자라 굵은 줄기를 만들어 나무처럼 자라기도 한다.
나는 고추를 들여올 때 줄기를 길게 가져오지 않고
갈라지는 지점 위로 10cm 정도만 남기고 싹둑 잘라 들고 왔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과연 이 줄기가 새로 살아날 수 있을까?
그런데 며칠 사이에 잘린 부분 옆으로
새싹이 무섭게 돋아나기 시작했고
가을에 달리고 남아 있던 작은 고추도 아직 그대로 매달려 있다.
이 모습만 보면 월동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베란다에서 월동할 때는 ‘자리’가 절반이다
고추 박스는 지금 베란다 가장 안쪽,
거실 유리창에 가까운 자리에 두고 있다.
바깥 유리창 앞은 밤이 되면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지만
안쪽은 온도 변화가 덜해 고추가 받는 충격이 훨씬 적다.
스티로폼 박스도 도움이 된다.
흙이 차가워지는 속도가 느리고,
바닥 냉기가 바로 닿지 않는다.
더더군다나 박스 아래에 물 빠짐을 위해
플라스틱 화분 받침대를 받쳐 두었기 때문에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한 번 더 막아주고 있다.
이 조합은 영하 초반 정도는 충분히 버티는 구조다.
한파 대비는 ‘비닐 + 모포’ 두 겹이 가장 확실했다
갑자기 추워지는 날에는
고추 위에 얇은 비닐을 먼저 씌우고,
그 위에 모포를 한 번 더 덮어서 보온해 준다.
두 겹으로 덮어두면 밤새 기온이 내려가도
화분 위의 온도 변화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영하 10도대는 이 방식으로 충분히 잘 버티고 있다.
영하 20도 같은 극한 한파만 피하면
얼어붙을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다.
그래서 지금도 추운 날은 두 겹으로 덮어두고 있다.
진딧물은 ‘환기 부족’ 때문에 터진다
며칠 전 고추 잎을 들여다보니
진딧물이 잔뜩 붙어 있었다.
이건 거의 100% 비닐을 오래 씌워둬서 발생한 것으로
공기 정체 + 습도 증가가 원인인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관리 방향을 이렇게 바꿨다.
- 낮에는 비닐을 열어두기
- 밤에만 덮어서 보온하기
- 유기농 해충 스프레이는 3일 간격으로 가볍게
며칠 반복하니 진딧물이 확 줄어들었다.
고추는 겨울에 약해지기 쉬워서
이런 방식으로 천천히 잡는 게 더 안전하다.
물 주기는 줄이는 게 아니라 ‘흙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베란다는 난방을 하지 않아 과하게 건조해지는 환경이 아니다.
그래서 물을 무조건 아끼기보다는
겉흙이 완전히 마른 느낌일 때만 주는 쪽이 확실히 안전하다.
나는 늘 낮 시간대에 맞춰서 며칠에 한 번씩 조금만 물을 준다.
겨울엔 뿌리 활동도 느려서
이 정도면 문제가 없다.
베란다에서도 고추 월동은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반응만 보면 월동 성공 가능성은 꽤 높다.
새싹도 돋고 있고, 전체적인 줄기 탄력도 유지되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 스티로폼 박스와 화분받침대로 바닥 냉기 차단
- 베란다 최안쪽 자리에 안정적으로 두기
- 한파 오는 날만 비닐 + 모포로 2중 보온
- 낮엔 환기, 밤엔 보온
- 진딧물은 초기에 철저히 반복 관리
이 정도만 지켜도 봄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게 보인다.
겨울을 무사히 넘기면 내년에는 작게라도 ‘고추나무’ 형태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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