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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곰팡이, 냉장고에 두면 왜 잔뿌리부터 필까

by 마담쇼콜라 2026. 2. 6.

살림을 하다 보면 정말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분명히 무를 사 오자마자 신문지나 키친타월로 정성껏 감싸 비닐에 넣어 꽁꽁 묶어 두었는데, 좀 지나서 꺼내보면 어김없이 비닐 안쪽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그리고 잔뿌리 쪽이 축축하게 젖으면서 하얀 곰팡이가 슬슬 올라오기 시작한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다. 보관법이 틀린 건지 아니면 내 냉장고가 문제인 건지 짜증이 확 밀려오는 순간이다.

 

냉장고에 키친타월로 싸서 보관한 무 전체 모습,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곰팡이 시작 단계

 

처음에는 내가 게을러서 보관을 대충 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밀봉을 철저히 할수록 오히려 곰팡이는 더 신나서 피어오른다.

 

이게 아이러니한 게 무의 수분을 지키려고

비닐로 입구를 꽉 막는 행위 자체가

곰팡이에게는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꼴이 된다.

 

잔뿌리 쪽에 수시로 피는 하얀 곰팡이가 주는 경고

 

냉장 보관 중 무 잔뿌리 쪽에 하얀 곰팡이가 핀 모습, 물기와 함께 발생한 상태

 

무는 냉장고 안에서도 계속 숨을 쉬며 수분을 내뿜는다.

 

키친타월이 그 수분을 어느 정도 받아내 주지만

한계가 오면 결국 비닐 안은 습기 가득한 온실처럼 변한다.

 

특히 조직이 약한 잔뿌리 쪽으로 물기가 고이는데

여기가 곰팡이들의 주 무대가 된다.

 

하얗게 핀 곰팡이를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살살 닦아내거나 껍질만 두껍게 깎으면 속은 멀쩡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이 상태까지 온 무는 웬만하면 쓰지 않는다.

 

한두 번 아까워서 살려보겠다고 국을 끓여봤지만

단 한 번도 맛있던 적이 없다.

 

겉에 곰팡이가 보인다는 건

이미 무 전체의 맛이 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썰어보면 속이 물탱크처럼 투명하게 변해 있거나

묘하게 퀴퀴한 냄새가 섞여 있다.

 

이런 무로 국을 끓이면 국물 맛이 밍밍하고

무 자체에서도 아무런 맛이 안 난다.

 

그래서 요즘은 하얀 곰팡이가 보이면 그냥 끝이다.

미련 없이 버리는 게 요리 전체를 망치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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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부 입장에서

무 하나를 통째로 버리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곰팡이가 핀 부분이 아주 일부분이고

무 자체가 아직 단단하다면

최후의 수단은 있다.

 

단순히 겉면만 깎아내는 수준이 아니라

곰팡이가 핀 지점을 중심으로

최소 3cm 이상은 크게 잘라내고 써야 그나마 안전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 포자가

이미 무 내부 깊숙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

 

그렇게 잘라냈는데도

속이 푸석하거나 냄새가 난다면

 

그때는 정말 미련 없이 휴지통으로 보내야 한다.

 

정 아까워서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다면

직접 씹어 먹는 요리보다는

차라리 멸치나 다시마와 함께

육수를 내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한다.

 

육수를 진하게 낸 뒤

무는 건져서 버리면

 

그나마 무가 가진 시원한 맛이라도

마지막으로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딱 한 번 겪고 당황했던 까만 심지의 기억

 

무를 다루다 보면

곰팡이보다 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날 때가 있다.

 

겉면은 곰팡이 하나 없이 아주 깨끗한데

칼로 썰었더니

속에 까만 점이나 심지 같은 게 콕콕 박혀 있는 경우다.

 

나도 예전에 딱 한 번 이런 무를 만난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내부 깊숙이 곰팡이가 핀 줄 알고 육성으로 탄식이 나왔다.

 

그런데 냄새도 안 나고 주변 조직을 눌러봐도 아주 단단했다.

 

알고 보니

이건 곰팡이가 아니라

무 중심부 조직이 노화하면서 생기는 내부 갈변 현상이다.

 

냉장고 안에서 온도가 들쭉날쭉했거나

너무 오래 방치했을 때

무가 안에서부터 스스로 무너진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곰팡이가 외부에서 침입한 적이라면

까만 심지는 무가 속병을 앓은 셈이다.

 

이럴 때는 그 부분만 도려내고 먹을 수 있다고들 하지만

이것도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이미 단맛은 다 빠져나갔고

조직도 푸석해서

생으로 먹든 조리해서 먹든 맛이 예전 같지 않다.

 

주방에서 이런 무를 만났다면

이미 그 무의 전성기는 완전히 끝났다고 보는 게 맞다.

 

 

 

결국 수분 싸움에서 지지 않는 법

 

무 보관이 이토록 까다로운 이유는

결국 수분 관리 때문이다.

 

바람이 드는 걸 막으려면 꽉 닫아야 하고

곰팡이를 막으려면 통풍이 되어야 한다.

 

이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이제 무를 보관할 때

겉이 멀쩡한 지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비닐 안에 물기가 얼마나 찼는지

잔뿌리 쪽이 눅눅해지지는 않았는지를 수시로 확인한다.

 

살림이라는 게 그렇다.

아무리 잘하려고 애써도

재료가 내 맘 같지 않게 망가질 때가 많다.

 

하얗게 핀 곰팡이나

속에 박힌 까만 심지를 보며

아까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먹을 수 있는 선과 버려야 할 선을 확실히 긋는 게

고수라고 생각한다.

 

어설프게 아끼려다

정성 들인 요리 전체의 풍미를 깎아먹는 것보다

확실하게 판단하고 정리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곰팡이가 보인다면

과감하게 3cm 이상 잘라내고,

 

그래도 찝찝하다면 육수만 내고 버리는 과단성이 필요하다.

 

무 보관은 생각보다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지만

이런 실패들을 겪으면서 나만의 확실한 감이 생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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