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땀 흘려 농사지은 고구마에 시어머니가 챙겨주신 것까지 합쳐지니 올해는 고구마가 차고 넘쳤다. 원래 쓰던 항아리에는 재작년 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정리하기 귀찮은 마음에 신발장 앞에 대충 뒀던 게 벌써 몇 달이다. 날이 추워지고 한파까지 몇 번 지나가더니 엊그제 군고구마나 좀 해볼까 싶어 들여다보니 끝부분이 거무튀튀하게 썩어 있었다. 사실 나이 오십 넘게 먹으면서 고구마 끝 썩은 거 잘라내면 금방 시커멓게 변한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직접 농사지은 게 아깝다 보니 끝만 좀 쳐내고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미련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신발장 앞 방치된 고구마의 상태와 흑변 현상
고구마는 온도에 정말 예민한 작물이라
보관이 반 농사나 다름없다.
캔 지 몇 달이나 지난 데다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신발장 앞 차가운 공기를
그대로 맞았으니

고구마 입장에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끝부분이 물러지면서
썩기 시작한 고구마를
칼로 잘라보면
처음엔 속살이 하얗게 보여서
괜찮나 싶다가도

딱 몇 분만 지나면
그 단면이
진한 회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해버린다.
이건 공기와 만나 생기는
일반적인 갈변이 아니라
이미 고구마 내부 조직이
저온 장해와 부패로 인해
변질되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썩은 부위는 일부일 뿐이고
곰팡이 독소나 미생물이
이미 고구마 전체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발장 앞에서
몇 달 동안 냉기를 맞으며
서서히 약해진 고구마는
독성 곰팡이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단면이 까맣게 변하는 것을 보고도
아까워서 섭취했다가는
쓴맛은 물론이고
건강에 좋을리 만무하다.
썩은 부위 손질과 섭취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그래도 고구마가 아깝다면
정말 엄격하게 살펴봐야 한다.
아주 미세하게 끝만 살짝 마른 정도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럴 때 손질의 요령은
썩은 부위에서
최소 2~3cm 이상
넉넉하게
잘라내는 것이다.
거의 고구마의
3분의 1을 날린다는
기분으로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잘라낸 후에도
10분 이상 지켜봤을 때
단면이
처음의 밝은 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야
그나마 조리가 가능하다.
만약 넉넉히 잘라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거무스름한 기운이 올라온다면
그 고구마는 이미 속까지
균이 침투한 것이니
미련 없이 정리해야 한다.
고구마 썩은 부위에서 나는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칼끝에 묻어난다면
이미 상태가 많이 나빠진 것이다.
고구마 독소 중 일부는
열을 가해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
찌거나 굽는다고 해서
완전히 안전해지지 않는다.
고구마 아끼려다
몸 상하는 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으니
걱정스러우면
입에 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썩은 고구마 폐기 방법
결국 상태가 나빠진 고구마는
한꺼번에 정리해서 배출해야 한다.
양도 많고
곰팡이까지 피었다면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해서 버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상태가 너무 심해
악취가 나거나
양이 어마어마하다면
지자체에 따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썩은 고구마를 정리할 때
멀쩡한 고구마와 격리하는 것이다.
썩은 고구마에서 나온 포자가
옆에 있는 싱싱한 고구마까지
금방 옮겨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구마 보관은 귀찮아도
항아리나 스티로폼 박스에
13도 내외의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실내에 두는 게 정석이다.

올해처럼
양이 많아질 때는
애초에 이웃들과 나누거나
바로바로 박스 정리를 했어야 했다.
단독 주택의 신발장 앞은
겨울철에 냉기가 가장 많이 도는 곳이라
고구마 보관 장소로는 가장 피해야 할 곳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년 농사부터는
수확 직후에
보관 장소부터 확실히 확보하고
묵은 고구마들은
미리미리 정리해두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결국 먹어도 되나 싶어
찾아본 정보들이
전부 버리라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직접 농사지어
애착이 가는 고구마라
마음이 더 쓰리지만
까맣게 변해버린 단면은
고구마가 보내는
경고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쉬움은
밭에 거름으로 던져버리고
남은 고구마라도
서둘러 따뜻한 방 안으로
옮겨주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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